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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영환 '유행가-엘리제를 위하여' 2012Archive/아티스트 2012. 3. 30. 11:06
초라한 우리 안의 존귀함을 노래하다
배영환 개인전 『유행가-엘리제를 위하여』황금의 링 – 아름다운 지옥 Golden Ring – A Beautiful Hell 2012 Gold paint on wood and steel 350 x 350 x 150 cm Courtesy of PLATEAU, Samsung Museum of Art ⓒ Sang Tae Kim
■ 제 목 :배영환 개인전 『유행가-엘리제를 위하여』
■ 기 간 :2012.3.1(목)~ 5.20(일)(월요일 휴관)
■ 장 소 :삼성미술관 플라토
■ 출 품 작 :총 26점
한국 현대미술의 차세대 주역이 될 작가의 작품 세계를 집중적으로 탐색함으로써 한국미술의 미래를 전망해 보고자 노력해온 삼성미술관 플라토 는 2012년 첫 전시로 배영환의 대규모 개인전 『유행가 - 엘리제를 위하여 (Bae Young-whan Song forNobody)』를 개최한다.3월 1일부터 5월 20일 까지 진행되는 이번 전시는 사연이 담긴 낡은 재료와 유행가의 대중적인 감성을 특유의 조형 감각으로 재구성한 초기작부터 사유의 깊이를 더해 사회참여적 미술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는 최근의 대규모 설치 작업까지 총 30여점의 작품이 출품되어,작가의 지난 15년 간의 예술적 여정을 짚어 본다.남자의 길 - 사열 The Way of Man – Array 2005 Guitars built with abandoned wood Courtesy of PLATEAU, Samsung Museum of Art ⓒ Sang Tae Kim
오토누미나 Autonumina 2010 Variable dimensions CNC-milled and hand-finished oak 87.5 x 159.5 x 70.8 cm Courtesy of PLATEAU, Samsung Museum of Art ⓒ Sang Tae Kim
배영환(1969년생)은 2004년 광주 비엔날레, 2005년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참가, 2007년 에르메스코리아상 후보작가전 등 국내외 주요전시를 통해 작품성을 인정받은 작가로 회화, 사진, 조각, 설치, 미디어 등 미술영역 외에도 디자인, 영화, 시나리오 작업, 미술 감독 등 다양한 예술분야에서 두루 활동해 왔다.
배영환은 깨진 소주병과 알약, 본드 등 하위문화적 재료로 흘러간 유행가를 시각화함으로써 사회에서 소외된 이들의 삶을 조명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의 초기작들은 사회의 구조적 결함으로 인한 삶의 비참함을 비판하면서도 예술이 지녀야 할 위로의 힘을 놓치지 않음으로써 '한국적 팝아트'의 전형을 제시했다. 그는 “유행가만큼 우리를 위로하는 것은 없다”면서 유행가에 내재된 인간적 감정과 낭만성에 주목하고 집단의 문제에 사적 감수성을 개입시킴으로써 한국의 비판적 현대미술 영역에서도 독자적 위치를 점유할 수 있었다.
디오니소스의 노래 Song of Dionysus 2008 Shards of wine and liquor bottles, steel, LED lights, epoxy 270 x 270 cm 메이플비치 골프 & 리조트 소장 Collection: Maple Beach Golf & Resort, Gangneung, Korea Courtesy of PLATEAU, Samsung Museum of Art ⓒ Sang Tae Kim
이후 2000년대 그의 작업은 버려진 가구로 만든 통기타로 한국사회 가장의 의무와 낭만적 일탈을 그린 <남자의 길>, 현실 낙오자들의 삶과 낭만을 대비시킨 <바보들의 배>, 상처로 얼룩진 이면을 감춘 화려한 도시의 욕망을 표현한 <불면증> 시리즈(영화 『하녀』출품) 등 수공적 조형으로 소외된 현대인을 형상화하기 위해 재료의 물질성을 극대화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물질성 대신 정신성으로, 사회현실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 대신 춤과 소리의 세계로 나아간 최근의 신작들은 조형적 변화에도 불구하고 공감과 위로라는 유행가의 정서를 내면화하고 심화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삶의 추상영역을 탐구함으로써 ‘추상 동사’시리즈라 통칭할 수 있는 이들 신작에는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해원(解冤)의 의미로 추는 <댄스 포 고스트 댄스>, 타인과의 소통에 대한 열망을 장구 독주로 풀어낸 <노크>, 자연재해 현장인 일본 후쿠시마를 영상으로 담은 <후쿠시마의 바람>, 30여 곳 사찰의 종소리를 한데 모은 <걱정-서울 오후 5:30> 등이 있으며, 이들은 시대의 담론과 상식으로 규정할 수 없는 현실을 행위와 소리만으로 구성하면서 타자의 고통에 공감을 나누고, 더 나아가 우리 안의 존엄을 일깨우는 방식으로 사회와 새롭게 관계 맺으려는 작가의 의지를 전한다.
추상동사 - 댄스 포 고스트 댄스 Abstract Verb – A Dance for Ghost Dance 2012 Two-channel video, 4 min 53 sec
전시의 제목은 유행가처럼 길거리에 흘러 넘쳐서 이제는 통속적인 것이 되어버린 클래식 음악 ‘엘리제를 위하여’에서 차용한 것으로,작가가 지향하는 사회참여적인 미술의 의미를 담았다. 우리 사회 곳곳에서 마주하게 되는 ‘엘리제’는 ‘누구인지 알 수 없는’또는 ‘대단하지 않고 아무 것도 아닌’ 우리들 자신을 지칭하며, 예술가의 작업이란 우리들 삶의 비참함을 드러내고 사회를 향해 싸우기 보다는, 스스로를 위로하고 우리 안의 존귀함을 이끌어 내는 것이어야 한다는 믿음을 보여 준다. 특히 로댕의 ‘지옥의 문’과 ‘깔레의 시민’앞에 전시되어 이번 전시의 하이라이트가 될 2012년 신작 <황금의 링 -아름다운 지옥>은 ‘엘리제’가 살아가야 할 현실의 장으로서 화려함의 극치이지만 전장(戰場)과 다름없는 도시의 모습을 드러낸다. 이는 ‘지옥의 문’과 대비를 이루며 관객들의 다양한 해석을 위해 열려 있다. 이번 전시는 과잉과 추상이라는 표현의 양극단을 오가며 예술적 스펙트럼을 확장하고 있는 배영환 작품 세계의 조명하면서 차세대 대표주자로서의 작가적 역량을 가늠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후쿠시마의 바람 The Sigh of Fukushima 2012 Three-channel video with sound, 9 min 30 sec
■ 작품 세계
“유행가만큼 우리를 위로해주는 것도 없다.”(배영환)1997년 첫 개인전에서부터 현재의 작업까지 배영환의 전 작업을 관통하는 가장 중요한 모티브는 유행가이다. 그는 시대의 대중적인 정서를 가장 정확하게 반영하는 유행가를 통해 예술과 동시대 사회와의 관계를 설정하고자 했다. 그는 ‘유행가’라는 타이틀로 세 번의 개인전을 가졌고 2002년 이후 더이상 그 타이틀을 사용하지는 않지만,보편적 정서를 사유화하고 개인의 삶을 위로하는 유행가의 정서는 그의 전작을 통해 지속된다고 할 수 있다.
유행가 가사집에서 그대로 오려낸 악보와 그 가사가 연상시키는 이미지들을 함께 전시한 첫 개인전(1997)에서, 작가는 오브제 트루베의 상투성을 최대한 증폭시켰다. 이때 그가 제시한 버려진 물건 특유의 계급적 정서는 유행가 가사의 순정과 결합하여 거리의 척박함을 증언하면서도 보잘것없는 것들의 존재 이유를 절실하게 전달한다. 피카소의 <해안을 달리는 여인들>을 패러디한 <젊은 미소>(1997)에서는 교련복을 풀어 헤치고 해변을 달리는 청소년의 모습을 통해 현실의 구속과 제도의 억압으로부터 벗어나 순간적으로나마 삶의 환희를 맛보려는 간절한 소망을 묘사했다.
가사만으로 구성한 <유행가2>(1999)에서 배영환은 흰 캔버스 위에 흰색에 가까운 재료들,예를 들어 알약, 약솜, 깨진 유리, 병뚜껑, 면도날, 본드 등으로 텍스트를 써내려 감으로써 한국미술의 주류를 형성하고 있는 모노크롬 회화전통을 패러디하고자 했다.또한 기성문화와 대립하는 상처로 얼룩진 하위문화 주체의 삶을 투영하고자 했다. 작가가 유행가에 경도된 이유는 미술이 유행가처럼 위로와 치유의 도구가 되어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배영환의 유행가 작업이 이전의 민중미술과 다른 지점에 놓이는 것은 유행가가 사회비평을 넘어서 정서적 몰입과 감상적 파열을 불러 일으키기 때문이며 한국적 개념미술의 대안으로서 조형적 성과를 이룬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2005년에 발표한 <남자의 길>에서는 유행가의 정서가 음악적 오브제인 기타로 표현된다. 태생적으로 저항과 낭만의 정서를 가지고 있는 기타에 ‘남자의 길’이란 선언적인 타이틀을 달아 사회가 요구하는 권위, 성공, 가장으로서의 의무 등을 짊어진 성인으로서의 ‘남자의 길’과 그 의무를 다하지 못해 무능력하고 자기연민에 빠져 있지만 젊은 날의 낭만적인 꿈을 찾아 일탈하고 싶은 남자의 내면을 교차시킨다. 동네 야산에 버려진 자개장이나 판자들은 작가의 수공적 노력의 결과,의인화된 기타로 거듭나고 <완전한 사랑>, <불광동 첫사랑>(2007)등의 이름을 얻는다. 개별자이자 집단의 구성원이기도 한 이 기타들은 군대 사열을 연상시키듯 줄지어 전시되며, 당초부터 폐품의 조합으로서 제대로 된 소리를 내지 않는 장애적 기타는 팔을 활짝 펼치는 제스처를 통해 존재의 구속에서 벗어난 해방의 몸짓으로, 모두를 품어 안으려는 포용의 몸짓으로 다가온다.
“사람들은 이 도시에 살려고 오지만,내가 보기엔 이 도시에서 사람들은 모두 죽어가는 것 같다.”(릴케,『말테의 수기』중에서)
배영환은 2008년 <불면증> 시리즈를 기점으로 한 사람의 사회 구성원으로서 대도시라는 공간을 관찰하는 작가 자신의 현실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과거의 작품들이 알 수 없는 도시의 변두리 뒷골목을 그 무대로 했다면, 이제 작가가 대면한 것은 마치 독립된 존재처럼 압도적으로 주체를 침범하는 도시다.
배영환은 도시의 위태로운 현실에서 살아남은 자로서 현대인의 실존적 불안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내며, 불면증이야말로 우리 시대를 사는 모든 이들의 고질병이 아닌가 자문한다. 밤을 대낮과 같이 밝히는 휘황찬란의 도시가 사실은 남루한 우리의 현실을 이면에 감추고 있고, 수많은 경쟁과 고민 속에서 우리들은 불면의 밤을 지새우고 있기 때문이다. <디오니소스의 노래>(2008)에서 작가는 자신의 전형적인 재료인 깨진 술병조각들을 이어 붙여 밤을 잊은 동물 부엉이와 역시 밤을 밝히는 조명 기구 샹들리에를 하나로 합체시켜 ‘불면증’을 시각화했다. ‘아주 럭셔리하고도 궁상맞은’이 작업은 작가의 집에서 내려다 본 서울의 야경을 닮았다. 그러면서도 연약하면서도 날카롭게 날을 세운 유리파편으로 상처받고 번민하는 예술가의 내면을 드러낸다.
도시의 화려함이 감추고 있을 다양한 면모는 작가의 지속적인 관심사가 될 듯 한데, 이번 플라토 전시에서 작가는 이전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황금의 링-아름다운 지옥>(2012)을 설치했다. 불면증이 작가의 전형적인 수공작업으로 도시의 밤을 형상화했다면 이 작품에서는 미니멀한 오브제로 보다 포괄적인 의미의 도시에 접근한다. 황금이 사람들의 눈을 멀게 하는 것처럼 도시는 상처만을 안기는 싸움터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을 맹목적으로 유인한다. 복서들이 링을 떠날 수 없는 것처럼 도시에 모여든 우리는 결코 도시를 떠나지 않는 현실을 드러내고자 한 것이다. 특이한 점은 빛나는 링이 텅 비어 있다는 점이다. 복서는 상대가 없을 때 가상의 상대를 생각하며 춤추듯 자신만의 복싱 스킬을 연마하는데, 이 행위 속에는 혼자 있어도 늘 누군가와 싸워야 한다는 강박증과 강한 자기를 확인해야만 하는 자기최면이 중첩돼 있다. 우리는 텅 빈 링에서 ‘쉐도우 복싱’에 몰입하는 우리 자신을 상상하게 된다. 작품의 부제에서도 알 수 있듯이 로댕의 <지옥의 문>으로부터 영감을 얻은 작품으로, 로댕이 검고 유기적이며 복잡한 형상으로 죽음 이후의 끔찍한 정경을 형상화했다면, 배영환은 정반대로 단순하고 기하학적이며 심지어 텅 비어있는 공간으로 죽음 이전의 정경, 즉 현실의 지옥을 표현했다. 그래서 배영환의 지옥은 장차 그것이 피로 물들게 될지라도 아직까지는 우리를 현혹할 만큼 아름답다.
“자기 자신을 향해 절하라.”(최시형)
2010년 작인 <오토누미나>는 여러 측면에서 배영환 작업의 방향 전환을 예고하는 계기이다. 그는 자신의 뇌파를 측정한 그래프와 우연하게 주물러 만든 도자 조각이 대자연의 산의 형상과 일치하는 모습을 제시하면서 인간의 내면에도 예로 부터 선함과 완전함의 표상으로 여겨져 온 산의 모습과 일치하는 신성한 부분이 존재한다는 점을 가시화하고자 했다. 그리고 이를 설명하기 위해 독일의 비교종교학자 루돌프 오토(Rudolf Otto)의 “누미너스(thenuminous)”개념을 차용하는데, ‘경외를 야기하는 신비(mysterium tremendum)’ 또는 ’매혹적인 신비(mysterium fascinas)’라고 묘사되는 순간적인 신성의 체험을 “누미너스(the numinous)” 라고 개념화한 것을 빌어 온다. 배영환은 여기에 접두사‘오토(auto)’를 접목함으로써 ‘스스로 성스러운(auto-numina)’이란 신개념을 생성해 냈다. 작가는 우리 모두가 자기 안에 이미 존재하고 있는 존귀함을 찾을 수만 있다면 그것으로 세상마저도 변화시킬 수 있으리라는 개념을 전개하고자 한 것이다.
감정기복에 따라 변모하는 작가의 뇌파에서 산수(山水)의 풍경을 도출하는 행위는 새로운 세계의 잠재성의 영역을 경험할 수 있는 대상으로 가시화 시키려는 것으로 배영환은 이를 ‘추상’영역으로 나아가는 단초로 활용한다. 살풀이 춤을 소재로 한 <댄스 포 고스트 댄스>(2012), 장구 소리로 구성된 <노크>(2012) 등 신작에서 배영환은 존재하지 않는 ‘추상 동사’의 개념을 제안하는데, ‘동사’는 언제나 주어의 하위개념으로 존재하는 것에 주목하여 행위를 발생시키는 주체를 제거함으로써 행위 자체에 함축적으로 가려진 추상영역을 드러내려는 시도에 착수한다. 하지만 이때 ‘추상’이란 ‘구체적이지 않은 발화(發話)’, 즉 시(詩)의 영역에 근접하는 것으로, 배영환은 최근작들을 통해 시대의 담론과 상식으로는 규정할 수 없는 현실에 대해 과연 말을하는 것이 가능한가를 자문하며,말 대신 침묵을 선택함으로써 오히려 깊은 웅변에 도달하고자 한다.
<댄스 포 고스트 댄스>는 백인과의 전투에서 그들만의 군무를 통해 평화 시위를 하려던 인디언들이 백인들에게 무참히 학살됐던 사건을 모티브로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온갖 폭력과 희생을 대변하여 망자의 육신을 상기시키는 흰 셔츠와 죽음에 이르러 못 다 푼 한을 ‘풀이’해주는 흰색 천을 대면시킨다. 이를 통해 원한은 살풀이 특유의 촉매작용에 의해 정(情)과 원(願)이라는 긍정적인 정서로 전환된다. 삶과 죽음은 서로 경계 바깥에 놓여있지만 살풀이는 결코 초월적인 세계를 지향하지 않으며,작가 배영환이 결코 눈길을 거둔 적이 없는 현실을 실존적 차원에서 다루고 있다.다만 작가는 사회적 기호인 언어가 아닌 몸짓언어를 의도적으로 채택함으로써 추상의 세계를 열어 관객들에게 능동적인 해석과 작품 수용의 자유를 부여하고자 한다.
살풀이의 리듬반주인 장구 독주는 <노크>라는 작품으로 거듭나는데, 연주 주체가 제거된 상황에서 악기 혼자만의 두드림의 반복을 보여 준다. 장구가 다른 타악기와 다른 점은 좌우에 소리가 다른 두 개의 타면을 가지고 있다는 점인데, 이는 마치 한 몸 안에 두 개의 주체가 있어 서로 대화를 나누는 것과 같다. 배영환은 두드린다는 행위를 가장 노골적인 커뮤니케이션 행위인 ‘노크’로 간주하고 누군가에게 보내는 구원 요청의 신호, 혹은 두려움의 신호로 상상했다. 즉 우리는 자기도 모르는 타자를 자기 안에 가두고 스스로에게 노크를 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 외부로부터의 타자의 구원 요청 역시 자기 안의 두려움과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이다.
<댄스 포 고트스 댄스>와 <노크>는 <후쿠시마의 바람>과 긴밀하게 연결되며 작가가 오늘날 인류의 현실에 대해 사유하고 대처 하려는 의지의 결과물로서 일종의 삼부작이다. 동일본 지진의 피해현장인 후쿠시마를 방문하면서 작가는 스스로에게 현대의 시대정신과 작가의 역할에 대해 자문한다. 즉 작가는 본디 ‘남의 일에 참견하는 사람’으로서 예술가란 자신을 둘러싼 모든 타자와의 관계 속에 살면서 ‘타인의 고통을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 아닌가라고 자문하는 것이다. 작가는 쓰나미가 휩쓸고 간 피해지역을 일본인 사회학자와 함께 둘러보며 일본인들에게 닥친 현실을 최대한 이해해 보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그것이 쉽지 만은 않다는 사실 또한 알게된다. 각자의 머리 위에 착용한 광각렌즈는 시야를 확장하기 위한 장치임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더욱 왜곡되어 보일 뿐이고, 두 개의 채널로 보여지는 두 사람의 시선은 비슷하면서도 조금씩 어긋난다. 또한 언어와 문화가 다른 소통의 어려움 때문에 거의 침묵만이 흐를 뿐이다. 하지만 폐허 한 가운데 초등학교와 사원 건물이 온전히 서 있는 것은 발견하고 타자와의 소통을 추구하는 예술과 종교의 놀라운 힘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현장 방문이후에 서신으로 주고받은 일본 학자와의 대화는 불완전하지만 소통을 위한 현실적인 방법이 되고 “다들 괜찮나요?”라는 안부로 시작되는 대화는 상대방에 대한 위로임과 동시에 예술가로서 자기자신을 되돌아보는 성찰의 의미로 확장된다.
■ 전시 의의
이번 전시는 누추하지만 아름답고 절절한 이야기를 담았던 초기작에서부터 텅 빈 공허 외에는 어떤 육성도 내지 않는 최근작까지를 망라하여 15년째로 접어든 작가 배영환의 변모 과정을 조망해 보는 기회이다. 그가 펼쳐 보이는 조형표현의 너비와 사유의 깊이는 앞으로 이 작가의 행보를 흥미롭게 주목해 볼 만한 근거를 제시한다. 그러나 그의 작업을 평가하는데 있어 ‘다양성’보다는 오히려 ‘집중성’이라는 표현이 더욱 타당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그의 수많은 방법론들이 하나같이 우리시대의 삶에 대한 시선이며 예술가가 타자(이웃)와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그의 작품세계는 ’엘리제를 위하여’라는 전시 제목이 패러디 하듯이 아무 것도 아닌 이들을 걱정하고 위로하는 것에 일관되게 몰두해 있는데, 이들에는 ‘정밀한 사회적 통계로 잡히지 않는 미학적 존재’인 작가 자신마저도 포함된다. 인간과 삶에 대한 그의 태도는 근본적으로 애정과 연민이라 할 수 있으며 이는 그의 작품의 주조가 따뜻한 이유다.배영환의 작업을 평가하는데 빼놓을 수 없는 또 다른 부분은 '자생적'이라 번역되는 ‘버네큘러(vernacular)’적 감성일 것이다. 주로 건축과 디자인 영역에서 논의되는 ‘버네큘러’는 자연발생적이어서 불투명하고 익명적일 수 밖에 없는 그 지역의 문화적 감성을 의미하는데, 배영환이 채택한 소재인 유행가와 길거리에 버려진 재료들은 시간이 축적된 우리의 삶의 파편들로서 도시 대중문화의 표피성을 반영한 팝아트보다 훨씬 더 포괄적인 의미에서 ‘대중적 예술(팝아트)’을 구현한 것이라 볼 수 있다. 더욱이 작가는 서구의 종교철학이나 실존주의는 물론 불교와 동학, 무속신앙과 같이 우리의 삶에 내재해 있는 사상체계들에 기대어 우리 삶과 연계된 정신성을 펼쳐 보이고자 한다. 타자와의 관계를 설정하는데 있어서 윤리와 진정성의 문제는 여전히 해소 하기 힘든 과제로 남겠지만, 동시대 사회와 문화를 해석하는데 있어서 오리엔탈리즘적 시각을 벗어날 수 있는 가능성을 모색하는 작가로서 우리는 배영환의 작가적 행보를 계속 주시하게 될 것이다.
배영환 주요 약력
1969년생학력
1990 홍익대학교 동양화과 졸업개인전
2010 Autonumina, PKM 갤러리|바틀비 비클 & 뫼르소, 서울
2009 도서관 프로젝트 내일(來日),아트선재 센터, 서울
2008 불면증, PKM 갤러리, 서울
2005 남자의 길, 대안공간 풀, 서울
2002 유행가 3-잘가라 내청춘, 일주 아트하우스, 서울
2000 소수자 프로젝트:노숙자 수첩-거리에서 2001
1999 유행가 2, 금호미술관, 서울
1997 유행가, 나무화랑, 서울주요 단체전
2011 Medi(t)ation , 제3회아시아아트비엔날레, 대만국립미술관, 대만
2010 Plastic Garden, 민생현대미술관, 상해
A Different Similarity: 한국현대미술전 독일순회전, 보훔 미술관, 보훔, 독일
The Infinite Starburst ofYour Cold Dark Eyes, PKM 갤러리|바틀비비클&뫼르소, 서울
2009 박하사탕:한국현대미술 중남미순회전 귀국전,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Discovery,ShContemporary 09, 상해 전시회관, 상하이
Emporium-A New Common Sense of Space, 레오나르도다빈치국립과학기술관, 밀라노
Unconquered: Critical Visions from South Korea, 타마요현대미술관, 멕시코시티
Void of Memory, 플랫폼서울 2009, 기무사, 서울
Museum as Hub:In and Out of Context, 뉴 뮤지움, 뉴욕
Made in Korea-Leisure, a disguised labor? 진-레퍼스 백화점, 하노버
A Different Similarity: Towards the Sea, 센트럴 이스탄불, 이스탄불
2008 트랜스 POP:한국 베트남 리믹스, 아르코미술관, 서울 / San Art and Galerie Quynh,
호치민/캘리포니아대학교얼바인캠퍼스 , 얼바인/예르바부에나예술센터, 샌프란시스코
박하사탕:한국현대미술 중남미순회전, 아르헨티나국립미술관, 부에노스아이레스
2007 에르메스 코리아 미술상, 아뜰리에 에르메스, 서울
액티베이팅 코리아, 뉴질랜드 고벳 브루스터 미술관, 뉴플리머스, 뉴질랜드
박하사탕:한국현대미술 중남미순회전, 산티아고 현대미술관, 칠레
Fast Break, PKM 갤러리 베이징, 베이징
2006 Somewhere in Time, 아트선재 센터, 서울
드로잉전 잘긋기, 소마미술관, 서울
사춘기 징후, 삼성미술관, 로댕 갤러리(현 플라토), 서울
공공의 순간, 쌈지 스페이스, 서울
Three Stories, PKM 갤러리, 서울
2005 The Battle of Visions, 다름슈타트 쿤스트할레, 다름슈타트, 독일
Secret Beyond the Door, 제51회베니스비엔날레한국관, 베니스
2004 먼지 한 톨 물 한 방울, 제5회 광주비엔날레, 광주
미술관 ‘봄’나들이, 서울시립미술관, 서울
2003 양광찬란, 비즈아트 센터, 상하이
아시아의 지금, 마로니에미술관(현 아르코미술관), 서울
Facing Korea: Demirrorized Zone, 드 아펠 아트 센터, 암스테르담
공원 쉼표 사람들|Park–ing, 마로니에미술관(현 아르코미술관), 서울
서울생활의 발견-삶의 사각지대를 보라, 쌈지스페이스, 대안공간루프, 서울
물 위를 걷는 사람들, 청계천 프로젝트, 서울시립미술관
2002 문화에서 문화로, 부산비엔날레현대미술제, 부산시립미술관, 부산
디지털 비디오 다이어리, 전주국제영화제, 전주
이미지, 텍스트, 타이포, 부산시립미술관, 부산
프로젝트3: 집행유예, 제4회광주비엔날레, 광주5.18자유공원, 광주
2001 해,그리고 달:비디오그라피, 일주 아트센터, 서울
흩어지다, 서울 문예진흥원 미술회관, 서울
건너가다, 성곡미술관, 서울
환경테마열차 “굿모닝 한강, ”지하철 1호선, 서울
2000 상처, 광주비엔날레 영상전, 광주민속박물관, 광주
한국현대미술, 시대의 표현-눈과 손, 예술의 전당, 서울
릴레이릴레이, 인사미술공간, 서울공공미술 프로젝트
2009 도서관 프로젝트 “내일(來日), ”경기도미술관, 안산/탄도항, 안산 /
제주여미지식물원, 제주/밀머리미술학교, 여주/경기문화재단, 시흥
2008 점자 -만지는 글 아름다운 기억, 서울맹학교 담장
2007 수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말, 서울농학교 담장
2006 갓길 프로젝트
2001 소수자 프로젝트:노숙자 수첩-거리에서 2001출처: 플라토 보도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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