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ew All
-
[아티클9월]아이들이 사라진 놀이터_플레이그라운드 전Viumgraphy writes/전시 리뷰 2012. 11. 22. 17:43
장하준은 오늘날 자본주의에 대한 책의 서두에서 이렇게 말했다. “200년 전에 노예해방을 외치면 미친 사람 취급을 받았습니다. 100년 전에 여자에게 투표권을 달라고 하면 감옥에 집어넣었습니다. 50년 전에 식민지에서 독립운동을 하면 테러리스트로 수배당했습니다.” 사람들이 자본주의에 대해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들이 실은 당연한 것이 아니라는 말을 하기 위함이다. 마찬가지로 현대인은 눈앞의 현실이 뭔가 잘못되었음을 잘 알지 못한다. 그래서 알 수 없는 불안은 느끼면서도 그것의 원인이 무엇인지에는 이르지 못한다. 아르코미술관의 전은 바로 우리 사회의 은폐된 불안을 재현한다. 그리고 이는 예술이 대체 무슨 쓸모가 있느냐는 비아냥거림에 대한 확실한 답변이기도 하다. 예술은 분명 ‘바로, 지금’을 살고 있는 인간 ..
-
[아티클8월]예술을 위한 사진은 없다, 펠릭스 곤잘레스 토레스의 옥외 광고판 사진-펠릭스 곤잘레스 토레스 <Double>전Viumgraphy writes/전시 리뷰 2012. 9. 18. 21:20
광고판 사진 여기, 한 장의 사진이 있다. 도시 한복판에서 목격되는 이 사진은 얼핏 평범한 광고판처럼 보인다. 그런데 이상하다. 무슨 광고인지 모르겠다. 사진만 덩그러니 있을 뿐 아무런 설명도 없는 탓이다. 두 사람이 함께 누워있었던 흔적을 보여주는 사진이니 혹시 침대 광고일까? 하긴, 무슨 광고인지 호기심만 잔뜩 유발시키는 티저(teaser) 광고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놀랍게도 이 사진은 1980-1990년대를 대표하는 작가로 분류되는 펠릭스 곤잘레스-토레스(Felix Gonzalez-Torres)의 작품이다. 유명한 작가의 작품을 알아보지 못한 당신은 교양 없는 사람인가? 아니면 정상적인 사람인가? 도대체 이 사진이 왜 예술 작품이란 말인가? 예술 사진 곤잘레스-토레스의 이번 전시 제목인 이 ‘분신..
-
[아티클7월]특별하지 않은 것의 특별함-강재구 개인전 <12mm>Viumgraphy writes/전시 리뷰 2012. 7. 20. 01:42
강재구는 , , 에 이르기까지 오랫동안 우리나라 군인과 관련된 작업을 선보여 왔다. 동기가 무엇이었든 간에 이러한 일련의 작업들은 우리 사회의 거시적 특수성을 시각화해 왔다는 의미를 가진다. 그리고 상상마당의 제4회 KT&G SKOPF 최종 선정 작가로서 그는 다시 한 번 연작을 통해 입대를 앞두고 있는 청년들의 초상을 제시했다. 따라서 하나의 주제의식을 이번에는 어떠한 방식으로 다루고 있는지, 그리고 그것이 우리 사회의 특수한 맥락을 어떻게 건드리고 있는지를 논의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처럼 여겨진다. 그러나 필자는 그의 사진이 일반적인 시선에서 보았을 때 ‘사실 별로 특별할 것이 없어 보인다’는 점으로부터 논의를 전개시키고자 한다. 말하자면 그의 사진은 우리가 찍어 왔던 기념사진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
-
[아티클6월]망각을 욕망하다-노순택 개인전Viumgraphy writes/전시 리뷰 2012. 7. 3. 01:24
사진가 노순택이 이번에는 오월 광주에 대한 작업을 선보였다. 한국사회에서 목격되는 폭력의 장면들을 포착해 온 그이기에 그가 오월 광주를 이야기한다고 해서 이상할 것은 전혀 없어 보였다. 그러나 그는 ‘사진가’이며, 80년 5월의 광주는 그가 한달음에 달려갈 수 있는 대추리나 강정마을 같은 ‘현장’이 아니다. 사진가 중에서도 ‘현장 사진가’로서의 성격이 짙은 그가 오월 광주를 작업의 대상으로 선택한 것은 그래서 의문의 여지를 발생시킨다. 그는 그날의 역사적 의미를 사진으로 되새기고 싶었을까? 혹은, 그날의 학살에 대한 책임 문제를 다시 공론화하고 싶었을까?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여기에서는 그의 사진을 두고 오월 광주라는 사건과 그 의미를 서술하는데 힘쓰지 않기로 하자. 또한 그의 사진이 다큐멘터리 사진..
-
[아티클5월]어떻게 보고 있습니까? - 김신일 개인전Viumgraphy writes/전시 리뷰 2012. 5. 29. 21:39
인간은 깨어있는 동안 늘 무엇인가를 본다. 그러나 무엇을 보는지, 더 나아가 어떻게 보는지에 대해 스스로 묻는 경우는 거의 없다. 보는 행위를 그저 일상적이고 자연스러운 인간 활동의 일부로 여기기 때문이다. 김신일의 작품은 바로 이러한 태도에 제동을 건다. 그에게 있어 인간의 보는 행위, 즉 “시각의 문제는 근본적으로 육체와 사회 권력의 작동에 대한 문제”인 것이다. 더욱 구체적으로 그는 이성에 의한 범주화가 오늘날 인간의 시각 활동을 규정짓고 있다고 진단하면서 그것을 비판한다. 그렇다면 이제 그의 작업들이 어떻게 그러한 비판을 시각화함과 동시에 그것으로부터의 탈주를 시도하고 있는지 살펴보자. 먼저 김신일은 문자 조각을 통해 언어의 선형성을 해체한다. 그것이 인간의 보는 방식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탓..
-
[아티클4월]구경꾼이 되지 않는 방법-정주하_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Viumgraphy writes/전시 리뷰 2012. 4. 26. 15:56
엄밀히 말해 이번 작업에서 정주하의 관심은 도호쿠 대지진이라는 사건 자체가 아니라 그로 인한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결과에 있다. 그리고 이는 핵물질의 비가시적 위험에 대한 그의 오래된 관심으로부터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그는 후쿠시마 방문 전부터 국내의 원자력 발전소 주변에 대해 작업해 왔다. 특히 2008년의 전은 원전의 위험에 대한 사람들의 불감증을 역설적인 방식으로 재현하였다. 사람들은 그의 사진 속에서 원전의 존재를 쉽게 발견하지 못했는데, 이를 통해 그는 일상 속에 그것의 위험이 얼마나 자연스럽게 잠복하게 되었는지를 증명했던 것이다. 그리하여 작가는 사진 속 일상을 ‘불안’한 풍경으로 재인식할 것을 촉구함과 동시에, 그 원인이 원전이라는 ‘불(火) 안(內)’에 있음을 주장하였다. 정주하에..
-
김정주_The City_Magic LandArchive/아티스트 2012. 4. 12. 20:56
김정주 The City / Magic Land 높이 솟은 고층건물과 고딕양식의 성곽이 하나의 화면에 공존하는 화려하면서도 황량한 느낌의 이 사진 속 도시는 영화『배트맨』의 고담시(Gotham City)를 연상케 한다. 고담시가 뉴욕을 배경으로 하여 부패와 탐욕을 상징하는 가상의 도시로 변모하였듯, 스테이플러 철침으로 만들어진 김정주의 사진 속 도시는 우리가 몸담고 살아가는 서울이 작가의 상상력과 만나 변형된 새로운 도시다. 현대식 빌딩, 중세시대의 성체, 모노레일, 회전관람차가 복잡하게 한데 어우러진 금속성의 이 어둡고 생경한 도시는 이름하여 매직랜드(Magic Land)다. 김정주의 매직랜드는 고담시가 그러하듯 서로 상충된 요소들이 공존하는 가운데 도시의 여러 가지 모순을 담지하고 있어 흥미롭다. 먼저..
-
[아티클3월]사진은 아무말도 하지 않는다-전민혁 개인전Viumgraphy writes/전시 리뷰 2012. 4. 8. 23:57
전민혁 개인전 《Inside Out》, 송은아트큐브, 2012.1.13~2.29 사진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평범한 인물 사진 같지만 전민혁의 사진 속 인물들이 응시하고 있는 것은 카메라의 렌즈가 아니라 거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이다. 작가는 어떻게 거울을 보고 있는 이들을 찍을 수 있었을까? 비밀의 열쇠는 의외로 간단하다. 피사체와 카메라 사이에 한쪽은 거울이고 다른 한쪽은 유리인 하프미러를 놓기만 하면 된다. 이렇게 하면 인물들은 거울을, 작가는 거울 뒤에서 그들을 사진으로 담을 수 있게 된다. 작가가 이러한 장치를 개입시킨 이유는 작업의 목적이 전통적인 인물 사진의 그것과는 다르기 때문이다. 작가 자신이 밝혔듯 이 작업의 목적은 “촬영자가 인물을 탐구하는 과정”이 아니라, “피사체가 되는 인물이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