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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클3월]사진은 아무말도 하지 않는다-전민혁 개인전Viumgraphy writes/전시 리뷰 2012. 4. 8. 23:57
전민혁 개인전 《Inside Out》, 송은아트큐브, 2012.1.13~2.29
사진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평범한 인물 사진 같지만 전민혁의 사진 속 인물들이 응시하고 있는 것은 카메라의 렌즈가 아니라 거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이다. 작가는 어떻게 거울을 보고 있는 이들을 찍을 수 있었을까? 비밀의 열쇠는 의외로 간단하다. 피사체와 카메라 사이에 한쪽은 거울이고 다른 한쪽은 유리인 하프미러를 놓기만 하면 된다. 이렇게 하면 인물들은 거울을, 작가는 거울 뒤에서 그들을 사진으로 담을 수 있게 된다. 작가가 이러한 장치를 개입시킨 이유는 작업의 목적이 전통적인 인물 사진의 그것과는 다르기 때문이다. 작가 자신이 밝혔듯 이 작업의 목적은 “촬영자가 인물을 탐구하는 과정”이 아니라, “피사체가 되는 인물이 자신을 탐구”하는 모습을 포착해 내는 데 있는 것이다. 그가 하프미러 외에도 사방이 막힌 세트를 통해 인물들이 자신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고, 촬영 후에는 자신과 마주하는 동안 들었던 생각이나 느낌을 자필로 작성시킨 것도 같은 이유이다. 그래서인지 이렇게 만들어진 작업들에 붙은 <당신이, 당신을 볼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이라는 제목은 무척 자연스러워 보인다. 그러나 정작 주목해야 할 것은 이 작업에 늘 따라다니는 사진 속 인물들의 자필 기록이다. 요컨대 그의 작업은 사진과 텍스트가 함께할 때 비로소 하나의 작품이 된다.
그의 작업과 마주하게 되는 순간 관객은 그것이 일반적인 증명사진의 형식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알게 된다. 백색의 배경에 상반신 까지만 찍힌 사람들의 모습 탓이다. 다른 것이 한 가지 있다면 그것은 작품의 크기뿐인 듯 보인다. 그러나 작품들을 유심히 살펴보기 시작하면 그의 작품들이 미묘하게 일반적인 증명사진들과 다름을 알 수 있게 된다. 굳게 다문 입술, 약간 앞으로 내민 몸, 기울인 고개 등, 사진 속 인물들은 저마다의 표정을 드러내며 자신의 상태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피에르 부르디외(Pierre Bourdieu)가 지적했듯 일반적인 인물 사진은 자신의 이미지를 객관화하며, 특히 정면성은 바로 그러한 객관화의 수단으로 여겨진다. 다시 말해 이때의 인물은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줄 자신의 이미지를 생각한다. 그러나 전민혁의 사진 속 인물들은 하프미러에 의해 타자가 아닌 자기 스스로의 모습에 집중하게 된다. 증명사진의 형식을 하고 있지만 그것과 미묘한 차이가 인식되는 것은 바로 이러한 정면성의 원칙과 표정의 중립성이 얼마간 깨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의 사진에서 관객이 알 수 있는 것은 애석하게도 여기까지이다. 사진 속 인물들을 통해 관객이 알 수 있는 것은 그들의 성별과 대략적인 나이, 그리고 일반적인 증명사진과의 차이가 발생시킨 이러한 약간의 차이뿐인 것이다.
이처럼 아무리 상상력을 동원해 보아도 사진 속 인물들의 생각과 감정이 파악되지 않을 때, 관객은 사진 곁에 있는 텍스트에 의지하게 된다. 그리하여 관객은 그 텍스트를 바탕으로 사진 속 인물들의 모습을 다시 한 번 살펴나가며 그들이 촬영 당시―엄밀하게는 거울을 마주하고 있었을 당시―가졌을 생각과 감정들을 추적해 나간다. 그때서야 관객은 사진 속 인물들의 모습과 그들의 본질적·사회적 자아를 일치시켜 볼 수 있게 된다. 관객은 아버지의 모습과 많이 닮은 자신의 모습에서 혈연을 재확인하는 이를, 피부의 주름을 통해 세월의 흐름을 깨닫게 되는 이를, 얼굴에 유난히 점이 많았음을 발견함으로써 자신의 모습을 재발견하는 이를 알게 된다. 더 나아가 이들은 사진 속 인물들이 사회적 현실에서 느끼게 되는 어려움을, 그리고 타인과의 관계나 가족 간의 관계에 대해 그들이 갖고 있는 생각들을 그들의 성별과 연령에 연관 지어 생각하게 된다. 지금까지 침묵하던 사진은 비로소 사진 속 인물들이 남겨놓은 텍스트를 통해 말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결국 전민혁의 작업은 사진에 있어서 텍스트가 가지는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끔 한다. 특히 <노예 출신 윌리엄 캐스비>라는 리차드 아베든(Richard Avedon)의 사진에 대한 롤랑 바르트(Roland Barthes)의 언급은 한 장의 사진을 이해하는 데 있어 텍스트가 지니는 놀라운 힘을 보여주는 예이다. 그는 이 사진에 노예 제도의 본질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고 말하지만 실제로 사진 속 인물의 모습만으로는 그가 노예 출신이었는지 확인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이다. 다시 말해 바르트가 찾아낸 의미는 사진 속 인물의 얼굴로부터가 아니라 텍스트라는 마스크에서 획득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수잔 손탁(Susan Sontag)이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듯이 사진은 텍스트의 입을 빌려 말하며, 심지어 사진에 대한 설명은 우리가 눈으로 확인한 내용을 번복하게 만들기까지 한다. 즉, 부정할 수 없는 것은 사진 속 대상이 카메라 앞에 존재했었다는 사실 뿐이다. 그의 말처럼 “사진은 아무것도 설명하지 않는다. 그냥 확인해줄 뿐.”
작품이미지: http://www.songeunartspace.org/programs/user/cube/cube_ex_p_ex2.asp?num=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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