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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티클6월]망각을 욕망하다-노순택 개인전
    Viumgraphy writes/전시 리뷰 2012. 7. 3. 01:24

     

     

     

    사진가 노순택이 이번에는 오월 광주에 대한 작업을 선보였다. 한국사회에서 목격되는 폭력의 장면들을 포착해 온 그이기에 그가 오월 광주를 이야기한다고 해서 이상할 것은 전혀 없어 보였다. 그러나 그는 사진가이며, 805월의 광주는 그가 한달음에 달려갈 수 있는 대추리나 강정마을 같은 현장이 아니다. 사진가 중에서도 현장 사진가로서의 성격이 짙은 그가 오월 광주를 작업의 대상으로 선택한 것은 그래서 의문의 여지를 발생시킨다. 그는 그날의 역사적 의미를 사진으로 되새기고 싶었을까? 혹은, 그날의 학살에 대한 책임 문제를 다시 공론화하고 싶었을까?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여기에서는 그의 사진을 두고 오월 광주라는 사건과 그 의미를 서술하는데 힘쓰지 않기로 하자. 또한 그의 사진이 다큐멘터리 사진인가 예술 사진인가를 논의하지도 말자. 다만 여기에서는 그가 작업 전체의 제목으로 삼은 망각기계라는 말에 집중하자. 왜 망각인가? 그리고 기계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리고 이 말들이 오월 광주와 맺는 관계는 무엇인가?

     

    사진은 상실에 대한 증거이자 기억의 보조 수단으로 널리 여겨져 왔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 근거를 사진이 내가 보고 있는 그것이 분명히 존재했음을 증명[각주:1]한다는 사실에서 찾았다. 사진은 부정할 수 없는 과거의 존재를 현실로 소환하기에 그것을 기억과 연관시키는 것은 무척 자연스러운 결론이었다. 그러나 사진 속 대상의 존재가 늘 기억과 연관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망각과도 연결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노순택의 오월 광주에 대한 작업은 사진을 기억이 아닌 망각과 연결 짓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는 기억되지 못한 채 사라져 가는 사진과 무분별하게 생산되어 배포되는 사진들로 인한 망각이라는 서로 다른 층위를 통해 나타난다.

     

    우선 옛 망월동 묘역에서 촬영된 고인들의 영정사진들은 선택되지 못한 기억으로서의 망각을 재현한다. 물론 이 영정사진들은 그의 말처럼 그분들의 죽음을 은유[각주:2]하는 것일 수도, 당시의 학살 장면을 연상[각주:3]시키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가 보여주는 것은 단순한 영정사진의 재현이 아니라 그것들이 눈과 비를 맞으며 훼손되어 온 과정이다. 영정사진 자체가 죽어간 사람들이 존재했음을 말해주는 것이라면, 노순택의 사진은 영정사진이 존재했음을 말해주는 동시에 사진 속 인물들이 점차 망각되어 가고 있음을 은유한다. 점점 훼손되어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된 사진 속 존재의 모습은 더 이상 현재로 소환할 수 없는 기억, 즉 망각을 가리키는 것이다. 더 나아가 이러한 훼손의 방치는 그것들이 어떻게 되어도 상관없다는, 그들은 더 이상 기억되지 않아도 된다는 암묵적 합의에 바탕을 둔다. 요컨대 “21세기 망월동은 망각의 스펙터클[각주:4] 그 자체인 것이다.

     

    한편 노순택은 오월 광주가 오늘날 재현되는 방식을 사진으로 기록함으로써 망각과 사진을 다시 연관 짓는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은 이제 광주를 기념해야할 무엇이자 종결된 역사로 여기는데, 이러한 인식의 기저에는 오월 광주에 대한 범람하는 이미지들에 기대는 바가 크다. 이러한 이미지들은 주로 우리가 보기 원하는 광주의 기억[각주:5]만을 재현함으로써 그렇지 않은 것들은 자연스럽게 은폐시키는 것이다. 노순택은 바로 이러한 이미지들이 양산되고 있는 현장들을 사진으로 기록한다. 그리하여 그는 오월 광주를 민주화를 위한 비극적 희생으로 간단하게 요약하는 이미지들이 그것에 대한 온전한 기억을 가로막음을 드러낸다. 그것들은 우리로 하여금 광주를 기억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망각하게 하는 수단이자 무감각에 빠지게 하는 일종의 소음일 뿐인 것이다.

     

    이렇듯 사진이 망각의 기제로 제시된다고 해서 그것을 곧 망각기계로 이해하는 것은 곤란하다. 앞서 보았듯 사진은 존재했던 것을 다만 확실하게 말[각주:6]할 뿐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기억기계 혹은 망각기계가 되기 위해서는 기억 혹은 망각을 욕망하는 인간과의 접속이 필수적이다. 그것은 마치 그의 사진 속 확성기가 기능은 같되, ‘용도는 달라질 수 있는 것과 같다.[각주:7] 사진 속 옛 기무사령부 옥상의 확성기가 계엄군의 욕망을 구현한 기계였다면, 오월 광주의 시민군이 들었던 확성기는 전혀 다른 욕망의 기계로 이해될 수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이는 하나의 목적을 위해 고안된 물리적 대상으로서의 기계가 아닌, 서로 다른 욕망과 접속함으로써 다른 기계가 될 수 있다는 들뢰즈(Gilles Deleuze)욕망하는 기계(machine désirante)’ 개념을 상기시킨다.

     

    올해에도 어김없이 이명박 대통령은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불참하였다. 언론에서도 이 일을 다루었지만 여전히 대다수의 사람들은 이를 문제 삼기는커녕 그런 일이 있었는지조차 모르고 보통 때처럼 하루를 보냈다. 아마도 노순택은 이러한 현실이 가능한 것이 망각기계가 작동중이기 때문이라고 답할 것이다. 과거의 과오를 덮고자 하는 권력의 망각에 대한 욕망, 조금이라도 더 나은 미래에 집착하는 사람들의 욕망, 그리고 기억하고 싶은 것만을 기억하고자 하는 욕망은 모두 망각기계를 작동시킨다. 그리고 노순택의 사진은 단순히 오월 광주라는 시공간 자체가 아니라, 망각기계로 표현되는 망각에 대한 욕망이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를 재현하고 있다.

    1. 롤랑 바르트, 밝은 방, 동문선, 104쪽. [본문으로]
    2. 노순택, 망각기계, 청어람미디어, 205쪽. [본문으로]
    3. 위의 책, 206쪽. [본문으로]
    4. 노순택, 작업노트, http://suntag.net [본문으로]
    5. 위의 책, 195쪽 [본문으로]
    6. 롤랑 바르트, 밝은 방, 동문선, 108쪽. [본문으로]
    7. 노순택, 망각기계, 청어람미디어, 220쪽.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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