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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베로니카 베일리 Veronica Bailey - 2 Willow Road / Postscript
    Archive/아티스트 2009. 9. 22. 04:07

    베로니카 베일리 Veronica Bailey

     

    1965년 런던에서 출생.

     

    Central Saint Martins College, London [MA] 2001-2003

    Middlesex University [BA Hons] 1984-1987

    Ecole Nationale Superieure des Decoratifs, Paris 1986

     

    2003년 저우드 상(Jerwood Photography Award) 수상







    <2 Willow Road> 시리즈

    A Look At My Life, Eileen Agor, Methuen, London 1988



    Woman In Art, Dr. Helen Rosenau, Isomorph Ltd, London 1944



    Memoires 1886-1962, Amedee Ozenfant, Seghers, Paris 1968



    Woman In Art, Dr. Helen Rosenau, Isomorph Ltd, London 1944



    Memoires 1886-1962, Amedee Ozenfant, Seghers, Paris 1968



    Hope's Windows, Makers of Fine Windows 1818-1951, Henry Hope and Son, Birmingham 1951



    Art of the Avant-Garde in Russia, Ian Fleming, Selections from George Costakis Collection, New York 1981



    Sex and the Office, Helen Gurley Brown, Author of 'Sex and the single girl', USA 1964



    From Your friends in Norway, J W Eides Forlag, Bergen, Norway 1946



    Essential Le Corbusier, Created L'Esprit Nouveau Articles, Le Corbusier Architectual Press, Oxford 1923-25

     

     

    <Postscript-Lee Miller Archive 05> 시리즈

    I love you



    Awakening Kiss



    Bombs Bursting



    Tender Embraces



    Go Germanywards



    Going Pariswards

     

     

    일상적 사물들의 일부분만을 촬영해 보는이로 하여금 그것이 무엇인지 쉽게 인식되지 않도록 하려는 작업을 시도하려다 만 적이 있다.

    당시에는 알지 못했지만, 말하자면 아주 오래전에 이미 블로스펠트가 했던 작업과 맥을 같이한다고 볼 수도 있을만한 그런 것이었다.

    다만 다른 것이 있다면 블로스펠트의 사진보다 피사체의 모호성이 더 커지는 작업이었다고나 할까.

    어찌됐든 만족할만한 이미지 퀄리티가 나오지 않아 중간에 접기는 했으나,

    이 작업을 하면서 처음으로 베로니카 베일리를 알게 되고 후일을 기약해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동시에 천재가 아닌 이상 사람이 생각하는게 참 비슷하구나라는 절망도 했다.

    생각하는 것 중 다수가 이미 다른 작가들이 해버렸으니 먼저 태어나는것도 재주다.)

     

    내가 그녀의 작업을 긍정적으로 본 것은 역시 양가성을 지닌 이미지이기 때문이다.

    풀어 말하자면, 이분법적으로 볼 때 서로 대립되는 항들이 동시에 재현되고 있다는 말이다.

    아마도 '이것만이 참'이라고 주장하는 태도가 질색인 성미 탓이기도 하겠지만...

     

    우선 위의 이미지들이 가지는 공통점은

    명확하면서도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2 Willow Road>시리즈에서는 책의 단면을, <Postscript>시리즈에서는 우편봉투를 수직에서 촬영한 것이라는 사실이 드러난다.

    그러나 선명하게 촬영된 피사체들의 배경은 말끔하게 정리되어 있고,

    피사체들은 촬영자에 의해 나름대로의 형태-나는 몸짓이라고 표현하고 싶다-와 색체를 부여받음으로써 추상성을 드러내고 있기도 하다.

     

    이러한 명확성과 모호성의 양가성은

    이성과 감성의 이분법으로까지 확대하여 생각할 수 있게 한다.

    말하자면 그녀의 작업을 통해 우리는 이성과 감성을 나누는 대신 둘 사이의 평화로운 공준을 엿보게 되는 것이다.

    이는 그녀의 작업에 붙은 제목들의 기원을 살펴보는 일로부터 그 힌트를 발견할 수 있을 듯하다.

     

    우선 <2 Willow Road>는 말 그대로 주소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에르노 골드핑거(Ernö Goldfinger, 1902-1987)라는 건축가가 지은 건물의 주소이다.

    건축가 자신이 거주했던 곳이기도 한 이 건물로 들어간 베일리는 골드핑거의 서가에서 임의로 책들을 골라 그것들을 촬영했다.

    각 사진마다 붙은 제목들은 쉽게 책들의 서지정보임을 눈치챌 수 있도록 했다.

     

    선명할 뿐만 아니라 직선들로 이루어진 이미지들과

    의도적으로 서지정보를 제목으로 채택한 그녀의 전술, 그리고

    지식의 전달 수단으로 여겨지는 책이라는 대상의 재현은

    일면 이성적인 측면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동시에 그녀는 그와는 정 반대되는 정서적 반응을 보는 이들로 하여금 유도하고 있기도 하다.

    우선 배경은 완전히 배제되어 피사체가 주변으로부터 떨어져 나온 인상을 준다.

    또한 베일리는 책마다 의도적으로 개성적인 형태를 부여하고 있다.

    이는 관람객들로 하여금 이것이 책이라는 '정보'만큼이나 이것이 '아름답다'는 인상을 받도록 조장한다.

    무엇보다 그녀가 책에 특정한 형태를 부여하는 원칙이 그 책의 제목으로부터 비롯되었다는 사실은

    이 형태가 책의 '성격'을 드러내주는 일종의 '포즈'임을 눈치챌 수 있게 한다.

     

    이러한 양가적인 모습은 <Postscript> 시리즈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스스로 영향을 받았다고 인정하고 있고, 골드핑거의 서가에서도 찾아냈던

    사진가 밀러가 사용했던 우편봉투들을 촬영하고 있는 이 시리즈에서도

    이성적 징표와 감성적 징표가 공존하고 있는 것이다.

     

    사진가였던 밀러는 2차 세계대전 중 종군기자로 활동했기 때문에

    두 번째 남편이었던 펜로즈와 떨어져 지내야했고, 그리하여 그녀는

    서신을 교환함으로써 그리움을 달랬다고 한다.

    'Postscript'가 우리말로 추신임을 염두에 둔다면 우리는 어렵지 않게

    각 작품에 붙은 제목이 바로 그녀가 쓴 추신의 내용일 것이라는 짐작을 할 수 있다.

     

    이 시리즈에서 베일리는 뜯겨진 우편봉투들을 세워두고 그것을 선명하게 촬영하고 있는데

    여기서도 <2 Willow Road>에서와 마찬가지로 배경은 깔끔하게 정리되고 있다.

    또한 편지의 추신 내용을 그대로 제목으로 쓰면서

    피사체가 객관적인 대상의 기록이라는 인상을 주고 있다.

    보내는 이와 받는 이의 주소와 이름까지도 명확하게 밝히고 있는 작가의 태도는

    바로 이러한 이성적인 똑부러짐을 작품 속에서 엿볼 수 있게 한다.

     

    그러나 마찬가지로 그녀는 여기서도 동시에 보는 이의 감성을 건드릴 수 있는 장치들을 사용하고 있다.

    우선 지시성의 코드로도 읽힐 수 있는 주소들은 반대로 사랑하는 사람과의 좁힐 수 없는 거리라는 은유로 읽힐 수 있다.

    그렇지만 무엇보다 찣겨진 봉투의 형태는 사랑하는 이로부터 온 편지를 급하게 뜯었을 당시의 정황을 상상할 수 있도록 할 뿐만 아니라,

    추신의 내용에 맞추어 의도적으로 봉투들에 형태를 부여하고 있는 작가의 전략은

    봉투들을 단순한 사물이 아닌 감정을 지닌 유기체로 역할하게 하고 있다.

     

    이처럼 그녀의 작업들은 시각적으로 꽤나 즐거운 경험을 선사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보는이들이 하나하나의 사진으로부터 다양한 생각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또한 무턱대고 '이 사진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맞춰 봐'라고 하는 태도가 아니라,

    이런저런 정보들을 살며시 우리들에게 전달하고 있는 베일리의 전략은 꽤 성공적인 듯 싶다.

     

    (참고한 곳)

    http://www.veronicabailey.co.uk

    http://www.gaainart.com/exhibitions/2008/pressrelease/article_veronica.html

    http://www.gaainart.com/artists/veronica.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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