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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경덕 Kyung Duk Kim - '일상' 연작
    Archive/아티스트 2009. 9. 22. 03:51

    김경덕 Kyung Duk Kim 

    중앙대학교 예술대학 회화과를 졸업했고, 부산에서 살며 작업하고 있다.

    개인전
    1999.7 “일상” 닭 - 사진이 있는 마당, 서울
    2000.6 “일상” 이불 - 사진이 있는 마당, 서울 / 영광갤러리, 부산
    2001.2 “일상” 등 - 하우아트 갤러리, 서울
    2003.4 “일상” 보물 - 갤러리 룩스, 서울

    단체전
    2002.6 “리빙 퍼니처” - 스톤 엔 워터, 안양




    일상-보물, 2002, Digital Print




    일상-보물, 2002, Digital Print




    일상-보물, 2002, Digital Print




    Everyday Life-Objetct, 1999, Digital Print




    Everyday Life-Objetct, 1999, Digital Print



    일상-이불



    일상-이불



    일상-이불



    일상-이불



    일상-이불



    김경덕의 '일상' 연작들을 처음 봤을 때 참으로 잘 찍은 사진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이런 사진이라면 나도 찍겠다"라는 반응들이 쏟아져 나올 법도 하겠다는 생각도 했다.

    그리고 지금부터 나는 내가 왜 이 사진들을 잘찍었다고 생각했는지를 나름대로 열심히 이야기해 볼까 한다.

     

    그러나 그 전에 양해를 구할 일이 있다.

    엄청나게 많은 이미지들이 인터넷을 통해 떠도는 요즘 

    아이러니하게도 그녀의 작품들은 인터넷에서 쉽게 마주하기 힘들었다.

    그나마 어렵게 찾은 그녀의 사진들은 이미지 크기가 너무 작아 이미지가 가지는 고유의 힘을 느끼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우선 처음 5장은 FOIL_IANN 이라는 연 2회 발간되는 동아시아 사진 잡지에서 스캔한 이미지를 올려보았다.

    스캔된 이미지 또한 해상도가 좋지 않고, 접힌 부분이 어색해 보임을 미리 밝히는 바이다.

    (그러므로 이미지에 대한 불평이나 이들에 대한 불펌은 삼가해 주셨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다.) 

     

    디지털 카메라의 놀랄만한 보급률과 인터넷의 만남은 엄청난 양의 이미지들을 쏟아내고 있다.

    더욱 놀라운 것은 한 눈에 보기에도 범상치 않아 보이는 '멋진' 사진들, 소위 

    '느낌 좋은 사진들'이 꽤나 많이 나타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많은 사람들이 카메라와 기타 장비에 엄청난 액수의 돈을 투자하고,

    시간을 쪼개가며 출사라는 것을 간다.

    그리하여 이제 왠만한 국내의 아름다운 곳들뿐만 아니라,

    쉽게 가볼 수 없는 곳들의 풍광과 사람들을 앉은 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게 되었다.

     

    반면에, 그들의 카메라가 자신의 집 안, 더 좁게는 방 안으로 향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일상이라는 소재로 사진을 찍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을 인정한다고 할지라도 

    카메라의 뷰파인더를 자신의 방 안으로 향하는 일은 그리 녹록한 일은 아닌 것이다.

    개인적으로 미루어 짐작하건데 그것은 그런 개인의 공간이 가지는 익숙함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방처럼 너무나도 익숙한 공간은 아무리 애를 써도 새롭게 바라보는 일이 쉽지 않은 법이므로,

    설령 그러한 공간을 촬영한다 할지라도 만족할만한 결과를 얻기란 쉬운일이 아닐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김경덕의 사진은 만족할만한 결과물처럼 보일까.

    적어도 내 눈에는 그렇게 보였다.

    롤랑 바르트의 표현을 빌자면 날카로운 것에 찔린 듯한 느낌을 받았다.

    말하자면 푼크툼punctum의 경험이었던 셈이다.

    바르트가 사진에 대해 논하면서 일찍이 스투디움studium과 푼크툼punctum의 개념을 사용하였음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쉽게 풀어 말하자면 스투디움이란 이미 사회적 문화적으로 약속된 코드적 양상을 말한다.

    , 어떤 단어나 형상은 굳이 설명하지 않더라도 한 사회에서 어떤 의미로 쓰이는지 알 수 있는 것들이다.

    반면 사진에서 푼크툼이란 사진에 대한 관객의 꽤나 주관적인 반응 정도로 이해하면 좋을 듯 하며,

    벤야민의 아우라aura와 비슷한 개념이라고 생각해도 무방할 거라는 생각이다.

    말하자면 이성적, 논리적으로는 증명하기 힘든 내재적인 무언가를 체험하게 되는 경우가 푼크툼이 나타나는 상황이라 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김경덕의 작업에서 나타나는 푼크툼을 증명할 길은 없을까.

    솔직하게 말해서 얼마나 많은 이들이 김경덕의 이 사진을 보고 푼크툼의 순간을 경험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어쩌면 많은 사람들이 아무런 정서적 반응을 보이지 못할지도 모르겠다.

    어찌 보면 너무나 일상적인 그저그런 광경처럼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훌륭한 작품이 되고 안되고의 기준은 

    지극히 개인적인 기준에 따르는 수밖에 없거나,

    아니면 명성있는 평론가의 힘에 의한 권력구조 하에서 가능한 것이라는 점을 상기한다면 

    어차피 그녀의 작품들 또한 누군가에게는 훌륭한, 누군가에게는 그저 그런 사진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작업을 통해 일상을, 바로 우리가 너무도 당연하게만 생각하는 그 일상을 

    보여주고 제시하는 방식을 얕은 수준에서나마 생각해 보는 것은 아주 무가치한 일은 아닐 것이다.

    또한 나는 이러한 과정이 일상을 바라보는 그녀의 집중도와 인식의 깊이를 확인할 수 있게 해주리라고 생각한다.

     

    언뜻 그녀의 작품들을 보면 

    무작위적으로 방 안 풍경을 촬영한 것에 불과한 듯 보인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그녀가 촬영한 모든 대상들은 

    나름대로의 조형적 구성을 갖추고 있을 뿐만 아니라,

    프레임 안에 그것들을 배치하는 것들도 꽤나 계산되어 있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그녀가 촬영한 방 안 풍경은 사실 풍경이라고 하기에는 꽤나 그 시야각이 좁아 보인다.

    , 방 안을 구성하는 사물 혹은 사물들에 그녀의 시선이 집중되어 있음을 우리는 알 수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그녀의 사진에서 방의 크기를 짐작하거나,

    벽과 창의 모양새를 파악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그만큼 그녀의 사진은 방 자체를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 명확해진다.

     

    주부로서 집 안에 머무는 시간이 많았을 그녀에게 있어 

    방이란 모르기는 몰라도 너무나도 '당연한' 언제나 '그대로'인 공간이었을 공산이 크다.

    말하자면 너무 익숙해서 특별한 정취 따위를 느끼거나 잡아낼 가능성은 매우 희박해 보이는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그런 무미건조한 일상의 풍경을 미시적으로 바라봄으로써 

    그것들이 가지고 있는 숨결과 의미들을 포착하고 그것을 사진으로 기록하였을 것이다.

    그러한 그녀의 사진에 대하여 진동선은 다음과 같이 쓰고 있다.

     

    김경덕은 주부이자 그림에서 사진으로 갓 전향한 짧은 경력의 사진가이다. 작가는 어느 날 문득 이불을 개다가, 그리고 언제 밥이 되나 기다리다가 바라본 밥통에서 그것들의 의미를 새삼스럽게 인식했다고 말한다. 가볍게 한 말이지만 무거운 말이다. 사진에 앞서 존재의 문제이고, 예술에 앞서 삶의 문제인, 결코 가볍지 않은 철학적 인식이다.

    『한 장의 사진미학』, 진동선,  p.199

     

    이처럼 매우 당연한 것들도 자세히, 천천히, 미시적으로 살펴볼 때 우리는 

    예기치 못한 것들을 발견하게 된다.

    그것은 마치 행복은 늘 가까이에 있다는 말과도 흡사하다는 인상을 준다.

    어떤 이유에서든 지긋지긋한 '바로 여기'로부터 벗어나 꿈꾸던 '그 곳'으로 떠난다 해도 

    시간이 지나면 결국 '그 곳' 또한 일상이라는 무미건조함으로 전락하듯,

    그리고 떠나온 '바로 여기'에 내가 보지 못한 수많은 것들이 떠나고 나서야 보이는 것 같이 

    일상은 사실 발견의 보고이다.

     

    김경덕은 그렇게 일상 중에서도 방,

    방 중에서도 사물들에 그녀의 인식력을 집중함으로써 일상의 재발견을 시도한다.

     

    물론, 이렇게 그녀가 담고 있는 일상의 작은 부분들은 치밀하게 계산된 듯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쉽게 말해 연출되었을 가능성이 농후해 보이는 것이다.

    이불이 개어진 모양새, 접혀진 주름의 높낮이,

    이불과 배개가 보여주는 색의 조화,

    차곡차곡 개어진 수건과 양말의 색들,

    커텐의 문양과 색,

    특히 여기저기 놓여 있는 책들,

    (베르메르의 그림이 그려져 있는 책은 얼마나 의도적으로 보이는가.

    베르메르는 잘 알려져 있다시피 일상적인 실내 공간과 그 공간을 채운 빛을 표현한 작가로 유명하다.)

    걸려 있는 빨래의 정갈함과 시간의 흔적이 느껴지는 질감 따위들이 

    바로 이러한 조작성의 징후를 우리에게 보여주는 것이다.

     

    더군다나 빛이 떨어지고 있는 부분 또한 교묘하다는 인상을 지우기 힘들다.

    그녀가 바라보고 있는 주요 피사체들은 거의 언제나 한낮의 햇살이 떨어지는 곳에 위치하고 있다.

    그 빛은 그 대상들을 부각시키면서 그것이 지니는 

    시간의 흔적을 넘어 그것들을 사용한 사람의 흔적을 고스란히 드러내어 보여준다.

    안타깝게도 모니터 상에서는 그것을 쉽게 간파할 수 없지만 말이다.

     

    그러나 이러한 조작의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조작들은 오히려 일상에 대한 인식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준다는 측면에 있어서 

    부정적인 것만으로 치부할 수 없을 것 같다.

    , 일상에 대한 그녀의 깊숙한 시선이 

    아무것도 아니었던 것들로부터 온갖 기억과 삶의 흔적과 의미들을 

    건져 올리고 있는 것이다.

     

    , 지금 한 번 당신의 방 구석구석에 시선을 던져보자.

    오래된 당신의 이불에 먼저.

    그 이불을 처음 덮었던 날이나 그 이불과 얽힌 사연이 있는 기억을 더듬어 보자.

    그리고 당신의 양말에도, 손수건에도, 낡은 흰색 티셔츠에도 

    천첞히 시선을 던져보다.

    그러면 어쩌면 김경덕의 사진을 시시하게 여겼던 당신도 

    왠지모를 두근거림을 느낄지도 모를테니 말이다.

     

    마지막으로 그녀의 글을 덧붙이면서 이 글을 닫아본다.

     

    일상-보물

     

    2003.1.23.

     

    문득 방문을 열면

     

    이불

    배개 두 개

    책 몇 권

    자명종 시계

    방이라는 공간

    따스한 햇빛

     

    이 모든 것들이 마치 처음 보는 것처럼

    내 눈에 들어온다.

    아주 사랑스럽고 소중한 보물처럼

    내 가슴속에 살며시 내려앉는다.

    고요함 속에 멎어버린 그들을 천천히 바라보며

    가슴 속 깊이 그들 하나 하나를 인식한다.

    그리고 내가 살아 있음을 느낀다.

    아직은 다들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그들을

    나 역시 이 공간에서 나의 자리를 지키면서

    지금 바라볼 수 있다는 사실이

    더할 나위 없는 행복감으로 나를 감싼다.

    이 순간 다들 같이 있는 것이다.

    이 빛의 침묵 속에..

     

     

    (참고자료

    - 푼크툼(punctum), 텅 빈 일기장-김경덕의 일상적 풍경들, 조선령(부산시립미술관 큐레이터), http://www.foruma.co.kr/faReview/View.asp?fNum=20&showPublishNo=&writerCode=%C3%81%C2%B6%C2%BC%C2%B1%C2%B7%C3%89 

    - 『한 장의 사진미학』, 진동선 

    - 『밝은 방』, 롤랑 바르트, 김웅권 옮김 

    - FOIL_IAN-contemporary art photography in ASIA Vol1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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